“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남편에게 명품시계를 선물하기 위해 아이 금반지까지 팔아 모은 돈인데….”
네이버 최대 구매대행 카페에서 셀러(판매자)가 물품 대금을 받아 챙긴 뒤 물건을 보내지 않고 잠적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드러난 피해자만도 160명이 넘고 피해 액수도 15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70여명은 변호사를 선임해 사기 혐의로 해당 셀러를 고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회원 수가 40만명에 이르는 한 네이버 구매대행 카페에서 최근 셀러가 물품 대금을 챙겨 잠적해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롤렉스·샤넬·에르메스 등 국내에서는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국외 명품의 구매대행을 주로 해 1인당 피해 금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등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액만 15억원, 피해자만 160명이 넘는다.
해당 셀러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특정 모델을 구해준다”고 피해자들에게 수백~수천만원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한겨레>에 “롤렉스 시계 구매 대금으로 1900만원을 현금으로 냈다”며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 4%를 내야 하는데, 그 돈마저 소액이 아니라 현금으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결혼 기념과 졸업·입학·취업 선물 등으로 큰 맘 먹고 좋은 상품을 구매하려던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72명은 지난 20일 남양주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피해자들의 연락을 회피하던 해당 셀러는 이날 갑자기 폐업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피해자는 카드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거나 할부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금으로 결제한 경우엔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는 수밖에 없다. 네이버에는 현재 1만개 이상의 구매대행 카페가 검색된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강영상 변호사(고려법률사무소)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네이버의 책임을 묻기 어려우며, 중개자인 해당 카페지기의 책임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가격이 백화점가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웃돈을 준 경우까지 있어 사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해당 카페가 2011년부터 활동한 카페이고,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는 등의 글을 올려 피해자들이 안심한 듯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카페는 이전에도 ‘가품 판매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카페지기가 사건 해결과 피해금액 보상에 앞장서며 회원들로부터 믿음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