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2024년 대선을 위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웨이코/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앙숙으로 여기는 <뉴욕 타임스>가 그를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칼럼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의 데비이드 프렌치 칼럼니스트는 26일 “트럼프 기소 추진은 현명하지 못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이 그를 기소하는 데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프렌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성관계에 대한 입막음을 위해 포르노 배우에게 13만달러(약 1억6900만원)를 준 것은 ‘집사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도 인정한 사실이라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코언은 먼저 자기 돈을 주고 나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 회사에서 변제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소송비용’이라고 적어 장부를 조작한 것은 경범죄에 해당해 공소시효 2년이 이미 지났다고 했다. 따라서 그를 기소하려면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은폐”하려는 의도로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적용해야 하고, 이는 공소시효가 5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그가 준 돈은 불법 기부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선은 연방 선거여서 주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고, 처벌하려면 연방 법률 위반을 이유로 연방 법원에 기소해야 한다고 칼럼은 지적했다. 하지만 연방 기관인 법무부는 처벌을 추진하지 않았고, 이제서야 지방 검찰이 나서고 있다. 맨해튼 지검이 소집한 대배심은 이르면 이번주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프렌치는 이런 이유로 “난 이번 수사에 회의적”이라면서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강하게 믿는 동시에 ‘관용 법칙’(의심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는 원칙)은 트럼프를 비롯한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돼야 한다는 사실도 믿는다”고 했다. 또 “트럼프는 우리들 중 누구보다 법률적 보호를 적거나 많이 받아서는 안 된다”며 “그처럼 부패한 인물도 ‘많은 곡예가 필요한 수사’(법률 적용에 무리가 있는 수사)를 통해 자유를 잃을 위험을 맞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 2024년 대선 주자로서의 첫 유세에서 “나는 우리 나라 역사에서 가장 결백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맨해튼 지검의 앨빈 브래그 검사장이 “경범죄도 못 되고 남녀관계도 아닌 것”을 갖고 법무부의 비호를 받으며 자신을 처벌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지지자들이 2021년 1월6일 의사당을 점거한 장면을 배경 화면으로 놓고 연설하며 지자들의 ‘직접 행동’ 가능성을 다시 시사했다.
앞선 24일 이번 기소를 주도하는 브래그 검사장 앞으로 “당신을 살해하겠다”는 메모가 첨부된 가루가 배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기소되면 “죽음과 파괴”가 뒤따를 것이라며 야구방망이를 든 자신의 모습과 브래그 검사장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함께 올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