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과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은행권 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지역 중소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은행에 매각됐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퍼스트시티즌스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의 모든 예금과 대출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달 10일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로 연방예금보험공사 관리하에 들어간 실리콘밸리은행은 보름여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월요일인 27일부터 실리콘밸리은행의 17개 지점이 퍼스트시티즌스은행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고 전했다.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이 인수하는 모든 예금은 한도까지 연방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보장받는다.
이달 10일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은행의 자산은 1670억달러, 전체 예금은 1190억달러다.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 자산을 165억달러 할인된 72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약 900억달러의 증권과 기타 자산은 연방예금보험공사 관리하에 남는다.
회사명 그대로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 속에서 손실을 보고 국채를 매각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폭락하면서 ‘뱅크런’이 발생했고, 40년 역사를 자랑하던 실리콘밸리은행은 연방예금보험공사의 관리를 거쳐 결국 매각되며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실리콘밸리은행이 촉발한 은행권 위기와 불안감은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내는 물론, 스위스의 크레디스위스와 독일 도이체방크 등 전 세계로 번졌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초반만 해도 당국은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 선언했지만 위기가 번져가자 구제금융은 아니지만 보호 한도와 무관하게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이후 실리콘밸리은행 매각 과정에서는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입찰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번 입찰엔 퍼스트시티즌스은행과 밸리내셔널뱅코프가 뛰어들었다고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이번에 실리콘밸리은행을 인수한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은 1898년 설립됐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둔 지역 중소은행으로, 지난해 말 자산규모 기준으로 미국에서 30위권에 그친다. 자산규모는 1090억달러, 전체 예금은 894억달러다. 다만 퍼스트시티즌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파산한 은행 20여곳을 인수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이번 인수로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의 자산규모는 미국 내 25번째로 올라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